중립은 있는가?
언론이 말하는 '중립', 그 실체는 무엇인가
언론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중립성'이다. 대부분의 기성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가 정치적, 이념적으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작성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말하는 '중립'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중립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성 언론이 중립이라고 여기는 보도 태도는 주로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정치 갈등이나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 상반된 주장을 가진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인용함으로써 '공정한 보도'라는 외관을 갖추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때때로 사실관계나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가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시위 보도가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시민의 집회에 대한 기성 언론의 보도는 종종 '교통 혼잡 유발', '시민 불편 초래' 등으로 요약된다. 이 과정에서 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는지, 그들의 주장은 무엇인지에 대한 맥락은 종종 사라진다. 경찰과의 충돌이 있을 경우에도 양측 모두를 과잉 대응으로 묘사하며 실질적인 책임 소재를 흐리는 일이 잦다.
또한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권력이나 대기업 같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거나 약화시키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는 언론이 스스로 설정한 '중립'의 경계 안에서, 비판의 날을 무디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중립이라는 이상은 결국 권력과의 거리보다 스스로의 안전과 영향력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일부 대안 언론이나 독립 매체들은 '사실에 기반한 편향'을 주장한다. 현실의 권력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중립보다는 진실에 다가가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기득권의 논리와 구조를 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때로는 '편향적이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들은 오히려 그것이 진실을 향한 한 걸음이라고 반박한다.
기성 언론의 중립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어떤 사실을 강조하고 어떤 목소리를 배제할 것인지, 어떤 시각에서 사안을 해석할 것인지는 언론이 그 순간 선택하는 방향이다.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양비론적 중립'이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고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