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공 전자도서관, 왜 이렇게 불편할까

미디어바로 2025. 6. 23. 20:37

앱은 여러 개, 검색은 따로, 책은 어디에?


전자책 시대가 열리며 도서관도 변화를 맞고 있다.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이 운영 중인 ‘사이버 도서관’은 시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의 체감 만족도는 높지 않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전자책을 보기 위해 앱을 세 개나 설치해야 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로그인도 각각 다르고, 책마다 앱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 전자도서관은 일반적으로 교보문고, 북큐브, 예스24 등 여러 전자책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제공받는다. 그런데 각 플랫폼은 자신들의 전용 앱에서만 책을 열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사용자는 책마다 어떤 앱을 써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게다가 하나의 도서관 안에서도 전자책 검색이 통합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도서관 앱에서 검색한 결과에 특정 책이 보이지 않더라도, 교보문고 앱에서는 검색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각 플랫폼이 자신이 공급한 콘텐츠만 보여주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같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 위해 여러 앱을 번갈아가며 검색하고, 각각 로그인하고, 어떤 앱에서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전자책에 적용된 DRM(디지털 저작권 보호)도 문제다. 무단 복제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편 요소가 된다. 일부 전자책은 복사나 텍스트 크기 조절도 제한되며, 특정 운영체제나 기기에서는 아예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자책이 오히려 접근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미국의 ‘Libby’, 영국의 ‘BorrowBox’ 같은 플랫폼은 여러 출판사의 책을 하나의 앱에서 검색, 대출, 열람할 수 있도록 통합되어 있다. 오디오북과 전자책도 구분 없이 함께 제공되며, 앱 하나만 설치하면 대부분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공공도서관 전자책 시스템은 아직 콘텐츠 제공사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도서관마다 계약한 플랫폼이 다르고, 각 플랫폼은 전용 앱을 고수하고 있다. 표준 포맷 도입도 미흡해 콘텐츠가 분산되고, 검색과 대출, 열람이 분리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전자도서관의 구조를 사용자 중심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앱이나 웹 포털에서 모든 전자책을 검색하고, 대출과 열람까지 가능하도록 통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포맷을 표준화하고, DRM을 최소화하며, 다양한 기기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도 있다.


전자도서관의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이 지식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데 있다. 지금처럼 책을 보기 위해 앱을 전전하는 구조는 이 목적과 정반대다. 기술이 장벽이 아니라 다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공공 전자도서관도 사용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할 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