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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명성 없는 협회, 책임 없는 운영

미디어바로 2025. 6.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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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발전과 주민 자율을 목적으로 설립된 수많은 지역단위 협회들이 오히려 제 역할을 잃고,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협회’라는 이름 아래 구조화된 특권과 무책임의 온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뿌리 깊은 문제는 폐쇄성이다. 많은 협회가 소수 인물 중심으로 운영되며, 외부의 참여나 비판을 철저히 차단한다. 내부 회의는 공개되지 않고, 운영 과정에 대한 정보는 구성원에게조차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의 유입은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기존 임원들의 장기집권이 일상화되면서 조직은 정체되고 경직된다.

 

이와 맞물려 나타나는 것이 회계 불투명성과 예산 유용이다. 협회는 회원 회비뿐 아니라 지자체의 보조금, 위탁사업비 등 공적 자금을 받지만, 그 사용 내역은 불명확하다. 집행 내역은 형식적으로만 보고되거나, 감사 자체가 형식적이거나 아예 생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협회는 공적 자금을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사용하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한 많은 협회들이 기능적 무기력에 빠져 있다. 실질적인 사업을 기획하거나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사나 비효율적인 사업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본래 협회의 존재 이유였던 주민참여 확대, 지역 공익 실현은 뒷전이고, 협회는 행정기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 조직'으로 변질되었다.

 

더불어 세대 단절과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청년층의 참여는 극히 드물고, 협회 구성은 고령층 중심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이는 지역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가로막고, 협회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기술과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시대 흐름에 뒤처진 운영 방식은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장애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모든 문제점들이 수면 아래에서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견제나 내부 개혁의 동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협회가 자율을 명분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지역 대표성을 주장하면서도 주민의 참여와 감시를 철저히 배제하는 지금의 현실은, 협회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만든다.

 

지역협회는 더 이상 예외적 공간이 아니다. 공적 책임과 운영 투명성을 갖춘 지역 공동체의 주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협회는 주민을 위한 조직이 아닌, 주민 위에 군림하는 낡은 제도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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