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5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스승의 날. 교정(校庭)에는 카네이션이 다시 피어나고, 학생들의 손편지 한 장에 교사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이 따뜻한 장면 뒤편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정말 스승을 존경하고 있는가?
스승의 날의 기원은 아름답다. 병중에 있는 은사를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던 몇몇 청소년들의 순수한 마음이, 오늘날 전국적인 기념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 날짜가 세종대왕의 탄신일로 정해졌다는 점도 의미 깊다. 스승을 존경하고,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자는 뜻이다.
하지만 스승의 날을 둘러싼 현실은 때로 그 본뜻을 흐리고 있다. 형식적인 카네이션, 복사된 편지, 심지어 "감사 표현도 청탁이 될까 두렵다"는 교사들의 씁쓸한 고백까지 들린다. 교권이 약화되고, 교사는 민원에 시달리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교사는 '존경받는 어른'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처럼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스승에 대한 존경은 단지 하루의 이벤트로 채워질 수 없다. 그 존경은 교실 안에서, 학교와 사회에서 교사의 역할이 진지하게 인정받을 때 비로소 생긴다. 단순히 "고맙습니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교육권이 보장되고,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협력자로 인정할 때 진정한 존경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의 스승의 날이 일회성 감사의 날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승의 날은, 교사가 존중받고, 교육이 사회의 근간으로서 우선시되는 환경이 갖춰질 때 완성된다. 진심 어린 한 마디의 감사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진심이, 일 년 내내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스승을 존경하는 사회는 결국, 교육을 존중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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