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는 또 하나의 방식, 웃음 속의 비판
대한민국의 언론은 오랫동안 진실 보도와 공정성을 향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무겁고 날 선 목소리만으로는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지금 언론에 필요한 것은 ‘해학(諧謔)’과 ‘풍자(諷刺)’다. 날카로운 비판을 유쾌하게, 때론 우스꽝스럽게 전달하는 힘. 웃음 속에 진실을 숨겨 전하는 지혜다.
해학과 풍자는 오랜 세월 동안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 모순을 드러내는 유효한 언어였다. 조선 시대의 봉산탈춤이 양반의 위선을 풍자했다면, 오늘날의 시사코미디와 인터넷 패러디는 정치와 사회를 재치 있게 비튼다. 미국의 존 스튜어트, 트레버 노아, 한국의 SNL 코리아 같은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것처럼, 해학과 풍자는 젊은 세대에게 뉴스 이상의 공감과 각성을 준다.
하지만 국내 언론에서 해학과 풍자는 아직도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기사와 보도는 엄숙한 어조를 유지하고, 웃음이나 비꼼은 ‘가벼운’ 것으로 치부된다. 이는 언론이 스스로 만든 틀에 갇힌 모습이다. 권위는 진지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위트 있는 표현은 더 많은 독자에게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힘이 있다.
언론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 그 방식은 다양해져야 한다. 때로는 냉소적인 한 줄이, 수많은 논평보다 더 강한 울림을 남긴다. 시민들은 ‘진지한 기계음’보다 ‘재치 있는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사회가 예민한 시기일수록, 풍자는 과잉을 누르고 균형을 잡아주는 안전판이 된다.
지금 우리 언론은 진실을 전하는 동시에, 웃음 속에 묻어낸 통찰로 독자와 소통해야 한다. ‘웃기지만, 웃기지만은 않은’ 콘텐츠.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저널리즘의 또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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